어느 늦은 저녁,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 부엌에서 생소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를 따라 얼른 가보았지만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살펴보는 사이 싱크대 아래쪽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부엌 바닥 전체로 번져 나갔습니다. 급히 메인 수도밸브를 잠그고 확인해보니 온수관이 터진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하고 막막하여 자고 있던 아내까지 깨워 온 식구가 매달려 물을 닦아내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문득 내 집이 아니라 얼른 고치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부동산 연계 배관공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분은 당일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곧장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부엌이 평온을 되찾자 전날 밤을 지배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깊은 감사가 마음을 채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문제들은 해결되는 순간 더 큰 기쁨과 영적 깨달음을 가져다 줍니다. 문제없는 세상은 없기에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어려움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하곤 합니다. ‘해결되지 않으면 어쩌지?’, ‘더 큰 고난으로 이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언젠가 두려움을 뜻하는 영어 단어 ‘FEAR’를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실제처럼 보이는 거짓 증거)”로 풀이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실체 없는 일들이 우리 생각 속에서 먼저 굳어질 때 두려움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역시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허상일 뿐이며, 지금 나와 함께하시는 주님만이 유일한 실제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눈앞의 불안을 붙들 것인지, 살아계신 주님을 의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전날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집에 사람이 있을 때 터진 점, 한밤중이 아니라 대처할 수 있었던 점, 신속히 와 준 친절한 배관공, 이 일로 인해 새 수도꼭지로 교체된 것 등 감사한 조건들이 가득했습니다. 우리는 지레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늘 주님의 신실한 보호 아래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