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식사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하신 것이 식사였습니다. 물론 그 뒤에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기도 조차도 우리가 보기엔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선 제자들 혹은 여러 사람들과 먹는 것을 즐기셨습니다. 먹는 즐거움을 주신 분이 그분이시니 당연히 이런 삶을 사셨겠지요? 하루는 제자들이 안식일에 배가 고파 이삭을 잘라 비벼 먹는 것을 보고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몇 사람과만 식사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으셨던지 오천명 이상과 한꺼번에 식사하셨습니다. 삭개오는 주님을 집에 모시고 대접했을 때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일도 생겼습니다. 성만찬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요한복음에서는 부활하신 후에도 주님을 부인했던 제자를 불러 또 식사를 하시며 그를 위로하십니다. 그분도 인간으로 오셨으니 시장하시고 타인들과 먹는 것을 즐기시고 그 가운데 많은 사건이 나타납니다.

어제(19일) QT 본문은 주님의 마지막 만찬 장면을 묵상하는 날이었습니다. 때는 유월절이기에 유대인들 관습에 따라 유월절 음식을 드십니다. 떡과 잔을 내 놓으시며 ‘이것은 내 몸이다. 또 이것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늘 식사를 같이하며 동행하는 제자들은 확실히 이해를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식사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고요. 그러나 마지막 식사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람이 있었죠? 바로 가룟 유다입니다. 자신이 곧 주님을 배반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3년 동안의 주님과의 동행이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선 그를 포함한 제자들에게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고 행하는 그 말씀 ‘이것은 내 몸과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라고 하십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강하게 이 말씀을 들었을 가룟 유다, 누가복음의 배열대로 이야기를 이해하자면 그는 이 식사 자리에서 주님께 그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불신과 배신의 마음을 회개하고 돌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너희 중에 배신할 사람이 있다’ 라는 경고 말씀 전에 들려 주신 마지막 식사의 의미 ‘이것은 내 몸과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라는 메시지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명절에 있는 평상시의 식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쳤습니다. 고난주간을 맞이하여 주님과 함께 하는 식사, 그리고 매달 행하는 성찬식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