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갑니다

이제 정말로 우리 교회가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일(4월 6일)에 마지막 예배를 이 곳에서 드리고 새로운 장소인 페넌트힐즈에서 4월 둘째 주일(13일)부터 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언젠가 동네 할아버지가 집 앞에 있는 오래된 나무를 잘라낼 수밖에 없게 되자 슬퍼하셨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이 탓인지 오래 있던 이 교회 터를 떠나려니 섭섭한 마음도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우리가 드려야 할 마음은 ‘감사’입니다.

여러분과 모든 형편을 공개하기 어려웠지만 페넌트힐즈 건물을 사용하던 교회도 오랫동안 있던 곳에서 갑작스레 이전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 분들의 형편을 무조건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침내 적당한 곳으로 가게 되어 감사합니다. 마침 이 곳에서 송별 예배를 드리는 시점도 릴레이 금식 기도 마지막 날인 다음 날이라는 사실도 감사한 일입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한 일도 아닌데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새로운 장소에 간 후에도 계속 기도하며 주님의 인도하심 대로 따라가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분들이 에핑교회 성도님들입니다. 우리 교회 38년 역사 중에 37년 동안 이 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같은 교단 소속이기 때문에 더 당당히 요구하고 권리를 주장했어야 한다는 말을 가끔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이민 교회들 형편을 볼 때 우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 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의 이사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다음 주일 마지막 송별 예배를 드릴 때는 잠시 쑥쓰러움을 내려놓고 여러분들의 감사한 마음을 만나는 분들 모두에게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페넌트힐즈 교회를 관리하는 비크로프트 교회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나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교회가 있었지만 같은 교단인 우리에게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양 교회가 간단한 내용의 양해각서를 주고받고 잘 출발하였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공동으로 건물을 관리하는 한, 배려해 준 교회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건물 관리에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그 곳에서 감사로 채워지는 교회로 꾸준히 성장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믿음 생활해 오신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