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1)

최영기 목사

오래 전 얘기입니다. 미국에 있는 한 도시, 제법 큰 교회에 2대 목회자가 부임하고 가정교회를 접하고 나서 마음이 뜨거워져서 2년간 잘 준비하고 가정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런데 막후에서 교회 중직들과 전임 목회자가 제동을 거는 일이 있었습니다.그 분은 전통교회 목회와 교단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었습니다. 마침 그 교회 부흥집회를 인도할 기회가 있어 갔는데 그 주간 주일에 회중석에는 원로 목사님도 계셨기에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설교했습니다. 설교를 끝내면서 헌신 초청을 했을 때 많은 교인들이 일어나서 헌신을 약속했습니다. 이런 모습에 감명을 받아 원로 목사님도 가정교회 뿐만이 아니라 저에게도 호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설교가 끝난 후 출구에 서서 퇴장하는 교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을 때, 원로 목사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설교에 은혜 받았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수고 했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말을 하였습니다. “최 목사님은 왜 강단에서 거짓말을 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하여 사정을 알아 보니 설교 중 후임 목회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말한 것 때문일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젊은 목회자는 세미나 때 처음 만났고 집회 인도하기 전에 이메일을 두세 번 주고 받은 것이 전부였는데 제가 뒤에서 그 분을 사주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왜 거짓말을 합니까?”라고 따질 때 어조와 눈빛을 보아, 원로 목사는 제가 무척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 내용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후임 목사를 잘 모른다는 말 하나만 귀에 들어와 꽂혔던 것입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은혜로운 설교를 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은혜가 되지 않는구나!’, ‘아무리 성실하게 사역을 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인정받을 수 없구나!’ 이를 계기로,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게 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열심히 설교하고, 좀 더 성실히 사역하고, 좀 더 섬겨 주면, 나를 좋아해주고 인정해 주리라는 기대를 접기로 하였습니다.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도 한 번은 설명은 하지만 그 이상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싫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슨 설명을 해도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좇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해 돕지만, 나를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는 내려 놓았습니다.

이런 결심을 하고 나니까, 얼마나 마음이 가볍고 자유로운지!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