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과 방임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가정교회 정신의 중요한 한 축에 대해 ‘위임’이라는 말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위임은 평신도가 평신도 사역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정교회로 전환하면서 많은 교회들이 위임이라는 말에 매력을 느끼게 되지만 위임이 잘못된 방임의 형태가 되어 가정교회 전환에 실패하는 경우를 보곤 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기존 신앙생활에 익숙한 성도들을 모시고 전환할 때는 위임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목회자가 가정교회 세미나와 컨퍼런스 한두 번 경험한 것으로 목장 운영의 원칙이라고 내세워 사역을 위임하는 경우 자칫하면 가정교회를 제대로 시작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목장 사역의 위임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교회 시스템에서 가정교회로 전환하는 것은 교회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이는 성도들의 신앙 훈련 정도, 담임목사와의 관계 등을 전체적으로 판단하며 단계적으로 가야 합니다. 어찌 보면 목장이라는 그룹으로 나누어 단순하게 가정교회를 시작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세미나를 갔을 때 그 기간 동안 섬겨 주었던 목자 목녀님이 계속 강조한 것이 전환을 하기 전에 모든 성도들을 평신도 세미나에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정교회에 대해 담임 목사의 설명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본인들이 직접 보여 주고 설득할 부분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조차도 속도감 있게 갈 수 없는 우리 교회의 분위기 상 좀 더 세심한 전환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니 가정교회로 전환할 때 어떤 특정교회가 밟아온 길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매우 곤란합니다.

담임목사와의 관계가 핵심입니다.
처음부터 목장 사역의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시스템 전환이 정착되면서 원칙을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교회는 최근 2-3년 사이 가정교회 정착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책임 목양, 사역 분담을 어떤 원칙하에 이루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일입니다. 이 때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담임목사와의 관계입니다. 가정교회 로고에는 세 가지 축이 있고 그 삼각형 안에 담임목사의 섬김의 리더십이 있습니다. 책임 목양을 하도록 완전한 위임이 이루어진 후에도 담임목사와 목자와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목자(녀)들은 담임목사의 목양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균형의 축이 흔들리는 가정교회는 위임이 방임이 될 것이고 그 교회는 곧 갈 방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가정교회 사역 위임은 그 어떤 시스템보다도 더 균형과 질서 속에 빛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교회의 속성이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