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호주 생활 거의 2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어색한 것 중에 하나가 연말연시 분위기입니다. 어색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떠들석하지 않기에 개인적으론 좋은 점이 많습니다. 보통은 연말이면 사람들이 마음이 달라지는 듯합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이 기간 선물들을 주고 받습니다. 아마 한해를 보내며 아쉬움도 있고 그동안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성탄절이 겹쳐 선물이 넘쳐나는 시즌이 됩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묘한 역할을 하는 것을 봅니다. 물론 선물을 받으면 좋지만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할 때 준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 못지 않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건넸을 때 받은 사람이 정말 좋아하게 된다면 기쁨이 배가 될 것입니다. 목장 모임에서 아직 말도 잘할줄 모르는 애기가 자동차 선물을 받기 원한다고 했는데 그 선물을 목자님으로부터 몇 분 후에 받고 놀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을 준비한 목자님이 보았다면 정말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주중에 지나가는 길에 건강식품 가게를 보았는데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습니다. 한인들 취향과는 달리 조금은 어수선하게 진열되어 있었지만 활기가 넘쳤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요즘 연말연시는 춥고 외롭기보다는 풍성한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선물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무엇보다 풍성함입니다. 아마도 그 가게 선물들이 누군가에게 전달되면서 더 풍성한 연말을 만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 연말연시인데 마치 우리 인생 끝나는 날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실 상들을 준비하며 들떠 계실 것입니다. 준비해 주신 상을 받고 기뻐할 우리의 표정을 그리시면서 정성껏 준비해 주시리 것입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끝은 풍성함입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한해를 살았어도 마무리 하는 시간이 풍성하고 따뜻한 것처럼 어떤 수고와 아픔이 있었다 할지라도 주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선물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