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때 타인에 대한 호칭

한국인들에게 호칭은 중요한 문화이면서 혼동이 될 때가 많습니다. 군대 시절 이등병이 병장과 대화할 때 그 둘 사이에 있는 중간 계급자인 상병을 호칭할 때 ’00 상병님’ 이라고 말을 하면 바로 혼쭐이 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칭은 상대방 중심에서 지칭되어야 하는데 예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입니다. 예법을 따지자면 맞는 이치이지만 이등병 시절 한 없이 어려운 상병 계급자를 하대하듯 호칭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도할 때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도 하나님 앞에서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없기에 예를 들어 ’00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라고 말한다면 예법상 맞지 않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에서는 목회자에 대해 과한 위치에 올려 놓고 신앙생활 하는 분위기가 있기에 그에 대한 반감을 일부러 표시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이전에 공적 기도를 인도하시는 분들을 위해 담임목사인 저를 지칭할 때 ‘주의 종’이라고 하면 무난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난 뒤에 기도하는 여러분들을 보거나 저의 기도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니 여전히 혼동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떤 성도님이나 목사님, 각별히 연세가 있으신 분을 두고 기도하면서 ’00권사’, ’00장로’, ‘000 주의 종’ 이라고 호칭을 하다 보니 영 어색하고 오히려 기도 몰입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 시도해 보았으니 한 번은 정리할 때라고 봅니다.
기도할 때는 우리 문화의 습관대로 ’00님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니 그 사람을 높이는 차원이 아닙니다. 주님 안에 형제자매된 지체들이기에 나이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칭하며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기도하는 본 뜻에도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목장에서 호칭은 같은 식구와 지체라는 취지를 살려, ‘형제님, 자매님 혹은 언니, 형님’ 등도 좋습니다. 오히려 VIP들이 목장에 와서 ‘권사님, 장로님, 집사님’ 하는 문화가 더 어색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장을 위해 헌신하는 목자 목녀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목자님, 목녀님’ 이라고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가정교회를 위해 부르심을 받은 사역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작은 문화들 조차도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길로 가기 위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