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기초 공동체

우리의 신앙에서 잘못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나와 하나님 관계만 바로 되어 있으면 된다 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이런 오류에 빠져 신앙 생활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목회자로 살면서 오래전부터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교회에서 공동체 영성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잠깐 교회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통해 공동체 영성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요소를 담고 있다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공동체 영성은 어떻게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기초 공동체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초대교회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너와 나를 아우르는 우리의 신앙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분명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교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을 넘어 기초 공동체 안에 있는 각 구성원들의 신앙의 삶이 그 안에 녹아 있어야만 합니다. 초대교회는 이것을 바로 가정에서 모이는 작은 기초 공동체를 통해 이루어 나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초 공동체가 크리스텐덤(기독교 국가시대)에 이르러 교회가 대형화 되자 신앙은 교리 공부 수준에 머무르고 마침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겠지만 공동체 영성은 사라지고 교회는 세상에 올바른 영향력을 나타내기 보다 오히려 부정적 요소를 더 많이 보여주었음을 모든 교회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목사님에 의하면 교회만 다니는 사람은 몇 분의 선생님에 의해 양육되는 보육원생과 같고 하나의 기초 공동체 안에서 신앙 생활하는 사람은 가정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고 성장하는 아이와 같다고 비유를 하였습니다. 그동안의 목회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매우 공감이 되는 비유였습니다. 그럼, 어떤 기초 공동체가 좋을까요?

그것은 섬김, 순종, 기도를 통해 목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동체입니다. 이 때 목양이란 교회의 한 대표 지도자에게 떠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제자로서 누구나 거쳐가며 받아야 하는 실습 훈련과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구역, 순, 셀 등의 기초공동체를 경험해 보았는데 현재까지의 생각은 신약교회 회복을 위해서는 우리의 신앙의 삶을 나누고 함께 영혼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목장 모임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판단입니다. 목장 모임을 통해 실제적인 공동체 영성을 경험하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