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예전에 어느 굴지의 기업을 다니던 집사님이 교회 조직의 효율성을 문제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제안이었고 생각해 볼 문제였습니다. 목회를 잘 하시는 목사님들 중에는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분들이 꽤 있다고도 합니다. 아무래도 교회도 사람들이 모여서 운영되는 조직체이다 보니 효율적 조직 운영이 잘 되면 좋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효율적 조직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어떤 것을 받아들일 때 체계적인 이해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막상 내게 닥친 일들은 일단 부딪히고 진행해 나가면서 해결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또 사람을 대할 때도 관계를 중요시 여기기 보다는 일의 결과가 무엇이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런 성향이 아주 많이 바뀌어 지금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일은 목회자들 컨퍼런스에 참여하였습니다. 주최측도 팬더믹 상황에서 많은 고민과 기도를 하며 준비하였고, 신청한 분들 중에 당일 취소하는 분들도 있긴 했지만 오신 분들 모두는 자가 진단 결과 음성이 나와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하고 기도하는 시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 마음 속에 한 가지 되새기게 된 것은 목회는 사역이 아니라 사랑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목사는 사역자이고 목회 현장에서 사역의 결과물이 없다면 뭘 어쩌자는 것인가? 라고 질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역의 목표와 결과물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곱씹어 생각하다 보니 목회는 사랑하기 위한 전쟁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자인 나 자신과 성향이 완전히 달라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사람, 믿음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해 보조를 맞추기 힘든 사람 등등…. 만약 겉으로 드러난 놀라운 결과가 있다할지라도 영혼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지 않다면 나의 사역은 실패한 것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목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목자(녀)가 된다는 것은 사랑하기 위한 전쟁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목장을 섬기면서 사람들이 평가할 만한 어떤 성과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나의 목장에 보내 주신 한 사람을 품고 기도하고 그를 진실로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성도가 된다면 그 자체가 잘 되는 목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조직 효율성은 떨어져 보여도 사랑하기 위한 전쟁에서 성공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