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지난 주간에 로버트 뱅크스 라는 분이 쓴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이유는 책이 일단 얇습니다. 70쪽 분량이니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은퇴 후에 맥쿼리 대학에서 강의하신다고 합니다. 우리 옆에 계신 분이기에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로마 가정집에서 행하는 예배 모임을 묘사했습니다. 시점은 모임에 새로 초대된 푸블리우스 중심입니다.

예배는 꽤나 허술해 보이는 모임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종교 모임이라고 해서 초대 받았는데 그 곳에는 그럴 듯한 사제도 없었습니다. 정해진 순서도 없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 예배는 아굴라의 집에 들어서자 마자 서로 환대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때론 노예 문제나 신자의 병치료를 위해 기도와 의술을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가 등 당시 상황에서 논쟁이 될 만한 소재도 대두되지만 모임의 전체 흐름을 방해할 정도의 심각성은 없었습니다.

예배가 나눔 중심이었습니다. 예배는 성찬의 의미가 포함된 애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기념하는 설명과 함께 참석자들을 위한 식사가 있었고 그 식사에는 서로를 향한 섬김이 있었습니다. 고위 공무원인 아리스도블로는 종을 위해 오히려 대접하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설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새로 오신 분을 위해 자신이 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지 간증도 있었습니다. 찬양, 기도, 성찬, 말씀 등이 있는 예배였지만 소외되거나 청중석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예배 모임이 끝난 후 집을 나서는 주인공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내 예상과는 아주 달랐지만, 대체로 그 날 저녁이 즐거웠다. 사람들 자체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어떤 예절을 무시할지, 어떤 신조를 고수할지, 광신에 빠져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었지만, 만찬과 그 후에 이루어지는 대화 중에는 이상하게 그 자체로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는 틀림 없이 실제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의 어떤 행동은 아주 이색적이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다음에 또 갈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쩐지 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73쪽)

현재 우리의 예배는 아니더라도 목장 모임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새로 오시는 분들로부터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감사했습니다.

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