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잔치가 있습니다

어릴 때 작은 달동네에 살다 보니 웬만한 일들은 다 동네의 일이었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생신이면 그것도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잔치였습니다. 심지어 겨울 채비로 김장을 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같이 김장을 해 줍니다. 일년 내내 동네 잔치가 끊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성향상 이런 것이 불편한 때도 있었지만 커서 보니 사람은 이렇게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교회는 마을 공동체 이상으로 영적 동질성을 갖춘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요즘 교회들이 이런 공동체 영성을 잃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일은 창립 31주년 기념 주일인데 마침 전기범 형제님과 이동희 자매님의 결혼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교회가 주일에 결혼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 두 사람은 다른 초대 손님 없이 교회 식구들과 같이 하면 된다고 하니 주일에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을 앞두고 앞서 말한 동네 잔치가 생각났습니다. 그들만의 일로 여기지 않고 모두가 하나 같이 내 식구 잔치 하는 것처럼 신경을 쓰고 돕는 것을 보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신앙 생활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분들인데 이런 교회 공동체의 사랑으로 인해 두 분도 앞날에 다른 누군가를 잘 섬길 수 있는 믿음의 가정으로 출발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가정으로 출발하는 이들을 한 마음으로 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과정이 있었겠지만 지난 번 전기범 형제님의 간증의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처음 예수님을 믿으면서 하나님과 우리 공동체에게 진심의 마음을 보여 주셨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진심으로 주님 앞에 믿음으로 살고자 애를 쓰고 이 마음을 나누어 주는 신앙의 간증이 우리 삼일교회에 풍성하게 이어진다면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안 목사